세상잡다한리뷰/음악 리뷰

나 또한 누군가의 '악당'이 될 수 있다 (스텔라장 - Villain)

인민탱 2020. 4. 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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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장 - 빌런

'We all pretend to be the heroes on the good side'

 매력적인 속삭임의 첫 소절이 나를 사로잡았던, 스텔라 장(이하 '그녀')의 첫 정규앨범 'STELLA I'의타이틀 곡 중 하나인 Villain이다. 번역기의 힘을 빌려 해석한 첫 소절의 뜻은 '우리는 모두 좋은 편에 있는 영웅인척 한다'이다. 노래를 다 듣고 나서 이 강렬한 첫 소절이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지녔다는 것을 깨달았다.

 

I’m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아주 못돼먹은 작은 악마 같은 나인걸 몰라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자기 객관화'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필자 또한 의견 개진시 자기 객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노래에서 그녀가 택한 방법이 바로 자기 객관화이다. 

 나를 모르는 너에게 나는 불친절할 수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회색에도 무수히 많은 색이 있는데 어떻게 흑과 백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겉으로만 보여지는 나를 착하다, 나쁘다 한 단어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나를 겪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

You’re a villain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미처 몰랐던 악마가 네 안에 숨 쉬고 있어

 내가 자기 객관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한 뒤 남에게 말했을 때 상대의 공감 유도와 설득이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악당일 수도 있고, 그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제시한 바로 다음 내가 겪어보지 못한 너 또한 그럴 수 있다는 말을 건넴으로써 듣는 이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I’m killing someone maybe부터 You’re killing me maybe까지의 소절을 통해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악당임을 암시하고, 곡 말미에 We’re all villains 소절을 통해 다시 한번 그녀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어쩌면 그녀가 가사 속에서 말한 세상은 우리의 현실보다는 밝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아마도'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게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NGO 홈페이지)

 

 n번방 사건의 주동자 중 한 명인 조주빈은 평소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물론 그가 검거되고 나서는 아니었겠지만,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에게 과연 조주빈이 악마였을까? 그냥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평범한 자원봉사자였지 않을까? 이처럼 자신의 모습을 가면 뒤에 숨기고 '정상인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이 모두의 눈 밖에선 누군가를 죽이는 '악당'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그녀의 노래 속 가사처럼 '사랑받는 누군가의 자식'이었단 사실에 허탈할 뿐이다.

그런 '악당'을 바라보는 자신은 선한 사람인가?

 

'But what if we’re the villains on the other?'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끝없이 조심해야 하고, 세상에 드러난 추악한 행태들에 분노하며 이를 바로잡을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다른 이에게 악당이라면?'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자기 자신 또한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겉으로 보여지는게 중요해진 SNS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의 바다가 주어진 이 세상에서 우리의 가면은 더욱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남에게 쓴소리 잘 못하고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어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카드를 내던지진 않았나? 또는 지나가던 행인의 어깨를 치고 그냥 가진 않았나? 그 누군가에게 나는 그저 기분을 나쁘게 한 '악당'이었을 것이다.

 보여지는 모습뿐 아니라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악당이 되지 않기 위해선 또 다른 '자신'이 '나'를 감시하며 지나간 행동도 다시금 곱씹을 필요가 현대인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엄격한 잣대라기엔, 내가 접한 이 세상은 많이 미쳐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신 있게 정상적인 사고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행동과 사건들을 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보여지는 쪽에서 좋은 사람보다는 잠재적으로 나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직시하고 경계할 줄 안다면, 충분히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떳떳하게 자신을 내비치고 의견을 제시하며, 잘못된 것을 되돌리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즉 나와 너 우리가 잠재적인 악당이기에 이 사회는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스텔라 장의 선한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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