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1
중국 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지도 3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전에도 여러 전염성 바이러스들을 겪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얼마 전 질병 관리 본부에서 '예전에 삶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바이러스는 진화하고, 또 다시 아무런 대비와 방지책,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서 각 개인들은 모두 '잠재적 보균자'가 되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지하철, 버스 등을 타던 코로나 사태 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과연 보균자가 없을까? 저 사람은 왜 마스크를 안 쓴 걸까? 그리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역시 같을 것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는데, 그 과정에서 '불신'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 세상에 생각보다 이상하고, 개념 없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증상이 있었지만 신천지 집회는 빼먹을 수 없었던 31번 확진자, 귀국한 유학생과 제주도 여행을 떠나 수많은 재산상의 피해를 안겨준 유학생 모녀 등이 그러하다.
세상은 초 연결 시대가 되었고 특히나 정보 통신기술이 발달하고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며, 이를 이번 사태를 대응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이런 이기적인 군중상을 더 많이 접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든 생각은 '내 주변에도 있지 않을까?', 역시나 불신이었다.
나는 굉장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한 뉴스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로소 한 단계 앞선 생활환경을 접하게 되었다. 재택근무와 재택 수업 등이 그러한 것인데, 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반 강제적인 기술과 과학 활용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모습이라 여겨졌던 것들 중에 하나를 실제로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그 뉴스 기사는 새로운 세상에서 발전하게 될 IT, 각종 비대면 사업 등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란 말을 끝에 남겼다.
나 역시 다가오는 새로운 환경은 좋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우리 마음속 한구석에 자리 잡은 '불신'의 씨앗이 변화시킬 새로운 환경은 두렵기만 하다.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세상을 아는 상태에서 새로운 환경을 처음 겪는 세대로서 그 좋았던 세상을 추억하게 될지, 아니면 나름의 적응에 성공하여 그 작은 불신의 씨앗을 품고도 이전의 세상과 별 차이 없는 생활을 영위하게 될지 모를 불 확실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
버닝썬 사태가 있었던 2019년이 나름 격동의 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에 비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올해에 접어든 우리들은 삶이 송두리 째 뒤바뀌었으며, 정상인의 논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접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n번방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한 정리는 이미 수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으니 차치하고, 내가 이 사건을 접하고 든 생각은 역시나 세상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몇 만 명 일지 모를 사람들이 그 끔찍한 행위를 함께 즐기고, 공유하고, 묵인하며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점점 무너뜨렸다.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치욕은 내가 차마 상상할 수도 없고, 감당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저 안타까웠고, 살면서 내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사건들이 밝혀지고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어쩌면 이게 인간의 진정한 추악한 본성이 아닐까 생각했다. n번방 사건의 주동자 중 한명인 조주빈이나 버닝썬 사태의 승리나 평소 생활하며 보여지는 모습에 문제가 없고 정상적이었을 뿐, 실상은 누구도 모를 거라 생각한 그 어느 뒤편에서 자신의 본성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며 추악한 행동들을 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역시나 '내 주변에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겉모습은 정상이고 SNS에 보여지는 모습 또한 부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런 너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심지어 너의 가족이나 친구들도 모르는 또 다른 너의 모습이 있진 않을까?
너무 엄격한 잣대라기에 내가 접한 이 세상은 그 이상으로 미쳐있다. 그 미쳐있는 세상에서 나 또한 살아가기에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도 과연 떳떳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이처럼 나에 마음 한 구석엔 불신이 자리 잡았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또한 그럴 거라 생각한다.
바야흐로 불신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PS. 불신을 주제로 쓴 글로서 부정적인 면을 부각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의료진의 헌신과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 쓰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보았습니다.
n번방 사건 또한 추악한 우리 세상의 모습이 밝혀진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련된 법안 마련과 가해자들의 신상공개 및 강력한 처벌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국민들 개개인의 좀 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힘들고 이해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제가 쓴 글처럼 부정적인 세상이 아닌, 좀 더 밝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힘들지만, 모두가 좀 더 참고 슬기롭고 건강하게 이번 사태를 해쳐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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