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사회이슈

안타까운 죽음, 이제는 막아야 할 때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인민탱 2022. 1.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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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안타까운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다. 광주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이 한창 건설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면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6명이 실종됐고 그중 한 명의 시신이 얼마 전에 수습됐다. 사고 원인으로는 추운 겨울임에도 무리한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하여 콘크리트가 완벽하게 굳지 않은 채로 하중이 쌓이는 것을 견디지 못한 외벽이 붕괴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건축물 품질 관리를 담당하는 감리사가 제 일을 다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이고 건물 붕괴 이전에도 콘크리트 조각들이 인근 상가에 떨어져 주민들의 민원이 천 건 이상 있었음에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구청 또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치부를 보여준 안타까운 사고라고 생각한다. 이 아파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 층을 올리는데 6일에서 7일이 걸렸다는데 이는 통상적 기간인 보름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 되는 작업 일수(관련링크)이다.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리한 공정, 그것에 맞춰 작업하느라 과중된 업무를 받은 현장 작업자들에게 인력 보충은 됐을 리가 없다. 인력 보충이 됐다면 현장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고, 이런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자재 값 상승으로 건축 자재값 또한 상승했는데, 이런 이유로 본래 들어가야 할 자재량을 충족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지금은 쌍팔년도가 아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산업현장에서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을 들어야 하는가? 이러고도 과연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많겠지만 오늘은 안전의 하청화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몸 담았던 조선업은 대다수의 업무를 협력업체에서 담당했다. 회사 입장에선 원가절감을 위해서 협력업체에게 일감을 주고 있다는데,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작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지를 본청이 아닌 협력업체에게 떠넘길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협력업체가 맡은 업무 중 일부를 재하청화 하면서 자연스레 조선소 외부 작업자가 조선소에 출입하여 작업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교육이나 안전장구의 지급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물론 대부분의 조선소는 외부 작업자 출입 시 기본적인 안전교육 이수를 강제하고 안전장구 착용 또한 확인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조선소 내부 작업장의 위협을 모두 막아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외부 작업자가 업무 중 사고를 당하게 되면 책임 소지는 더더욱 불분명 해진다.

 위 얘기는 비단 조선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의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이미 7개월 전 같은 도시인 광주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그대로 붕괴되면서 바로 옆 도로를 덮쳐 9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사고를 냈던 원청 업체였다. 이 사고의 주요 원인은 건물 철거의 기본 중의 기본인 위층부터 철거를 지키지 않은 채 아래층부터 철거한 것이었고,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바로 협력업체가 다시 다른 업체에게 하청을 주고 리베이트를 챙겨 받은 '불법 재하청'이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됐을 리가 없고, 이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은 단 3320만 원의 과태료(관련링크)만 냈을 뿐이었다. 이 외에도 발전소에서 숨을 거둔 하청노동자, 지하철에서 혼자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한 하청노동자 등 수많은 안전의 하청화 사례가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업체에게 하청을 주었다 한들, 작업자들의 안전에 대한 책임 소지는 원청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에 대한 수많은 책임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체 왜 사망자가 나온 중대재해에 대해선 명확한 책임자가 항상 없는 것인가? 그리고 하청화 과정에서 과도한 리베이트를 챙겨 이익을 보는 협력업체 사장들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재비와 노동자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공정이 무리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협력업체 노동자라 할지라도 안전을 보장받고 넉넉한 공정 기간 속에서 작업에 임해야 이런 중대재해들이 차차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의 사업주, 경영자가 처벌받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발효된다. 취지는 좋으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되고 법에 명시된 처벌 대상이 사업주나 경영진인지 안전 책임자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등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도 똑같은 사람들인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없는가? 또한 여전히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단점이 존재하는 법안인 만큼 아직 갈길이 멀다고 본다.

 나를 비롯한 많은 소시민들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쓰러져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데,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것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본격적으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고민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 실종자 다섯 분의 무사생환을 기원하고, 희생자 한 분 고인의명복을빕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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