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사회이슈

호황이 눈 앞인 조선업, 그러나..<산업 전반적인 문제에 관한 고찰>

인민탱 2022. 2. 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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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처: 한국조선해양)

 카타르에서 수주 랠리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진입 궤도에 올라섰다. 일정 주기 후 오는 호황기를 뜻하는 슈퍼사이클은 산업 특성에 따라 그 기간이 상이한데 조선업은 주로 선박의 교체주기에 따라 슈퍼사이클이 온다. 선박을 교체해야 하는 평균 선령은 약 30~40년 정도인데 이번 슈퍼사이클의 특징은 국제해사기구가 주도하는 해양환경오염 규제인 티어3에 발 맞춰 선박 교체가 시작 된다는 것이다. 티어3 규제에 따라 선박을 운용하는 선사들은 기존 노후 선박에 배기가스 배연탈황설비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아예 SCR이나 EGR이 장착된 친환경 선박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선점하고 있었던 조선업은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싼 노동임금을 바탕으로 한 물량공세로 컨테이너선 등 노동집약적 선박의 수주를 대부분 따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수주량이 늘어난 LNG선 및 메탄올 추진선 등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를 자랑하는 선박들의 수주는 대부분 우리나라가 따내면서 아직까진 조선업 선도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2

 나는 조선업에서 7년을 몸 담았었다. 내가 본 조선업의 미래는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친환경 기조를 바탕으로한 새로운 가능성들이 잠재되어있었다. 전기차처럼 급진적인 변화는 힘들겠지만 내가 있던 동안에도 이미 선박 엔진은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어 연비가 급격히 상승했고 여기에 자동차에 먼저 적용된 SCR, EGR 등 배기가스 처리장비가 적용되면서 환경 규제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기존 디젤 연료에서 메탄올, LPG, LNG 등을 함께 사용하는 이중 연료 엔진을 생산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판로를 다양화했으며 암모니아 추진선,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등 미래 청사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싶다. 여기서 밝게 보고 싶다고 한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가 조선업 깊이 뿌리 박혀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수주에 맞춰 원가절감에 힘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생산과정의 대부분을 본청이 담당했었는데, 그것이 하나 둘 협력업체로 인수인계되더니 어느덧 생산과정의 80% 이상을 협력업체가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본청과 협력업체가 하는 일이 같은 경우가 많은데 받는 임금의 차이는 너무나도 많이 난다는 것이다. 조선소 내부에 협력업체들은 수도 없이 많고 그중에는 본청이 신경 쓰지 못하는 잡무를 담당하는 업체도 많다. 하지만 본청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도 많은데 이런 경우 협력업체라고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이다. 미국은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보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한테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한다는데 똑같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협력업체는 아무래도 본청보다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높기 마련이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들이 많이 입사하는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부당한 것에 익숙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한데 본청만큼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이들에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렇게 돼버리니 힘들게 일하고 180만 원 정도 받을 바에 편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200만 원 정도 받는 것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협력업체에서는 많은 신입사원들이 3개월을 채 못 버티고 퇴사하기 일쑤이고, 때문에 정해진 업무량을 쳐내지 못하여 공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품질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런 품질문제는 고스란히 고객의 컴플레인으로 회사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당장의 지출을 아낀 것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원가절감만을 고집하는 경영진과 업체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중간에서 빼먹는 협력업체 사장들이다.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바로잡지 않는다면 훌륭한 기술공들이 많이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은 그 기술을 인계받을 젊은 청년들을 유치하지 못하고 쇠퇴하다가 중국에게 모든 것을 내주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같은 과도한 업무의 하청화는 심각한 안전 공백 또한 초래하기 마련이다. 협력업체에서 본청과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다가 산업재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져야 할 본청은 쏙 빠지고 협력업체 사장, 안전담당 선에서 책임 소지가 종료되기 마련이다. 또한 업무의 재하청화가 조선소에는 비일비재한데, 이 같은 경우 외부업체에서 파견나와 조선소를 출입하는 작업자는 기본적인 안전교육 외에는 어떠한 안전 사항도 보장받을 수 없기에 험한 조선소 내부 작업장에서 위험에 더 노출되기 마련이다. 또한 재해를 당했을 때 책임소지가 더 불분명해지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한 업무의 하청화와는 별개로 안전에 대한 모든 사항은 본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나는 조선업에 종사했었기 때문에 조선업을 예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원가절감을 위한 업무의 하청화는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이 시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적은 임금과 위험한 산업 현장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조선업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나라 산업 전반적인 문제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쌍팔년도가 아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주던 나라로 가고 있고,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 지위를 바라보고 있으며 문화가 발휘한 영향력으로 우리나라를 아는 세계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산업 현장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고된 노동의 보상으로 최저시급을 간신히 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나도 시대와 동떨어진 행보라고 생각한다. 원가절감도 좋지만, 기술을 계승할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여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바라보는 행보를 우리나라의 기업가들이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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