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것도 안 해서 의미 없다 느껴지는 그런 날.
나는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고, 퇴근하고는 바로 뻗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다. 이 일을 20번 정도 반복하면 월급이 나오니 절대로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날들은 적응이 되고, 특별함이 없는 일상이 된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이라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뻗고 나서가 문제다. 나는 이 의미 없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건 그동안 귀찮다고 안 했던 공부가 될 수도, 춥다고 쉬었던 운동이 될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침대에 닿아버린 몸은 움직이질 않았고 날 사로잡은 스마트폰 화면만 계속 주시할 뿐이었다. 어제의 난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의미 없는 날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후회했지만, 반복되는 삶을 거스를 수는 없었기에 출근길에 올랐다. 피곤해서 하기 싫었고 무기력했다고 하고 싶지만 그저 내가 의지가 약해서였다. 변명은 하지 않는다.
나도 굳은 의지가 있다면 꾸준히 공부든 운동이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의지를 갖고 퇴근하고 나서 꾸준히 뭐든 하더라도 그것 또한 반복되면 의미 없고 무료한, '당연한' 일상이 되지 않을까? 어제의 내가 잘한 건 아니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정말 무기력해진다.
사실 요즘 피곤하기도 했고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극에 달해있었다. 때문에 생각이 이리도 멀리까지 미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 마땅한 취미를 못 찾고 있는 것 또한 반복되는 일상의 원인인 것 같다. 그렇다고 금방 새로운 취미를 찾기에는 내 에너지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 그래서 어제 의미 없이 쉰 하루는 휴식이 필요한 나이기에 그랬으리라 자기 위로를 하기로 하고
오늘 아침에도 나지막이 텅 빈 사무실의 문을 연다.
PS. 일기처럼 썼던 글입니다. 이런 글의 장점은 '이런 때도 있었지' 하면서 회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가끔씩 저 때의 무료함이 그립기도 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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