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급한 성격 탓에 신문 기사나 논평 등의 제목만 읽고 글이 내포하고 있는 중점이나 핵심 내용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판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 또한 그렇기에 자극적이거나 관심 있는 기사의 제목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나 상식과 다를 경우 웬만하면 읽어보고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해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점을 알기에 글머리에 미리 말하고 싶은 내용은,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다는 것을 읽는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막이 가능한지 의문투성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결국은 개막을 했고,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 소식을 들으니 관심 또한 높아진 이번 올림픽이다. 그중에서도 양궁은 항상 효자 종목이었던 만큼 좋은 소식들을 전해줬는데, 그중에서도 혼성, 여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 종목들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안산 선수의 소식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좋은 소식뿐만 아니라 나쁜 소식들도 있었기에 독보적이라는 것이다.
그 나쁜 소식들의 시작은 안산 선수의 머리스타일이었다. 숏컷인 안산 선수를 보고 일부 네티즌들이 페미니스트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안산 선수는 이런 의혹을 SNS상의 '편해서 자른 것' 이란 댓글을 통해 일축하였으나, 이후에도 여대 출신, 이전에 사용한 단어 중 남혐 단어로 통용되는 '오조오억', '웅앵웅'을 사용한 점 등의 의혹들이 연이어 제기되며 선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악플과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심지어 이런 논란이 아직 개인전을 치르고 있었음에도 사그라들지 않았고, 개인전 금메달 획득 후 인터뷰에서 안산 선수는 페미니스트 논란을 알고 있었고,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답변을 하며 멘탈관리에 힘썼음을 밝혔다. 이런 논란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측은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정말 다루기 어렵고, 조심스러운 주제라는 것을 필자 또한 알고 있다. 다만 정말 순수하게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 까닭은, 내가 안산 선수였다면 5년을 준비한 그 꿈의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모든 노력과 집중을 쏟아야 할 판에 이런 논란들에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응원만 보내도 모자랄 판에 이런 논란을 굳이 키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든 생각은 참 편리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청춘을 바쳐서 노력한 끝에 메달을 획득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을 우리는 주문이 폭주해 매우 늦게 도착한 치킨을 앞에 두고 티비로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애국심 고취는 얻어야겠고, 다만 그 선수들 중 논란거리가 있으면 그것 또한 바로 해명해야 하고 사과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란 말인가? 선수들이 5년 동안 고생한 것은 우리들의 알바가 아니고 당장 내가 느끼는 분노, 궁금증 해소가 우선 이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궁금하고, 우리나라는 이런 의사표현이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니까 말이다.
이제 조심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페미니스트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한번쯤은 다뤄보고 싶은 주제였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짧게 얘기해보자면, 우리나라에서 여권 신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대화와 제도 개선 등을 통한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희생하긴 싫고 권리는 누리고 싶으며, 남성이라면 무조건적으로 혐오하고 보는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는 반대한다.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해명하지 않았으므로 모르는 것이다. 다만 선수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혀도 조금의 실망은 있겠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안산 선수는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유리천장이라는 것을 겪을 필요도 없이 온전히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세계 최정상자리에 오른,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닌 양궁 '선수' 이기 때문이다. 실력으로 증명한 자의 권리 주장은 충분히 옳다고 보며, 그 것이 내가 게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이다.
또한 내가 앞서 말한 이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소수인지 다수인지 모를 네티즌들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제발 '발이나 잘 닦고 잠이나 잘 잤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자유로운 이 나라가 가끔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당히를 모를 때가 종종 있다. 안산 선수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따질 시간에 나 자신은 과연 올림픽이라는 그 어떤 것보다 명확한 목표 단 하나만을 위해서 수십 번 좌절하고, 절망하고, 다시 일어섰을 선수들의 노력의 100분의 1만큼이라도 했는지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우리나라가 좀 더 좋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갖고 있다. 서로 헐뜯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이해를 했으면 하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PS.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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