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봤다. 기자협회장이 대선후보들에게 언론에 관한 공통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기레기'란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협회장이 직접 언급한 것을 들으니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자중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올림픽] 美태생 중국 피겨선수 '꽈당'…中네티즌 폭풍 비난에 눈물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 피겨선수가 올림픽 경기중 넘어지는 등 실수를 연발했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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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최근에 나온 기사로 중국으로 귀화한 피겨선수가 실수를 하자 중국 네티즌들에게 많은 악플 세례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다. 이 것을 보고 생각난 것은 우리나라도 한 때 저랬고, 지금도 여전히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비난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것의 원인으로는 물론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본 블로그에 악플에 대한 고찰을 계속 업로드해왔고 때문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윤리, 도덕적 수준이 지금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다음 원인은 이런 비난 섞인 여론을 부추긴 기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옛날 올림픽 때나 아시안게임, 월드컵 때 기사 헤드라인들을 보고 있자 하면 값진 은, 동메달을 딴 국가대표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땄기에 죄인이요, 경기하다 실수하면 역시나 대역죄인이 되기 마련이었다.
내가 그 옛날이라고 썼는데 사실 최근에도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당장 올해 11월에 치러지는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그동안 치러졌던 아시아 예선전에 관한 기사들만 봐도 그렇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성적 부진을 이유로 월드컵 직전에 감독들을 교체하여 월드컵 본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는데 큰 원인 제공을 했었다. 때문에 이번에 선임한 벤투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맡아주기를 원했고 벤투 감독도 우리나라를 맡으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부임 초반부터 아시아 최종예선 직전까지 고정적인 라인업, 플랜 B의 부재, 손흥민, 황의조 등 주요 선수들 혹사 논란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고 여기엔 기자들의 공이 컸다. 축구팬이기도 한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벤투 감독을 믿고 기다려주면서 적절한 비판을 하길 원했는데 기자들은 그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여론은 아시아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벤투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고 조규성, 김진규 등 새로운 자원들의 발굴에 성공하면서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언론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벤투 감독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빠르게 태세 전환에 성공했다.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책임감 또한 막중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나 결과에 제일 아쉬운 것은 선수 본인인데, 여기에 대고 무작정 비난만 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다. 이억만리 떨어진 곳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편하게 티브이로 볼 수 있는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그들에게 비난을 퍼부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일평생 살면서 과연 뚜렷한 목표를 위해 피땀 눈물 흘려가며 노력한 경험이 있는가? 아마 걔 중에는 코로나 안 걸린 것이 인생 최대 업적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단 이런 문제뿐인가? 정보의 바다인 21세기인데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너무나도 많다. 지금 같이 대선 전에는 대선 후보들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비방, 연예인들 같은 공인들에 대한 폭로, 이로 인해 벌어지는 공방전까지. 물론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를 폭로한 것처럼 순기능을 하는 기자 및 기사들도 있으나 아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언론인라면 책임감을 갖고 사실에 기초한 기사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외압에 의해서, 다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검증조차 안 한 기사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사명감 넘치고 정말 공익을 위해 일하는 기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다만 그 기자들이 속한 언론사라는 집단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관용화된 기업가들과 정치인들도 문제고, 그것에 굴복하고 오로지 이슈를 만들기 위한 기사를 우선시하는 언론사가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기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로지 폭로, 비방만을 목적으로 하며 조회수를 위한 이슈 팔이에만 급급한 가세연 같은 유사언론들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유사언론 및 이슈 유튜버들이 양산해낸 것들을 보면 눈살만 찌푸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도 부패한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내가 기자라면 그런 영화를 봤을 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간 언론사가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대기업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언론의 참 기능을 수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늘도 모두의 알 권리를 위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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