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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6일, 인천 청보산업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뒤 이 노동자는 결국 숨을 거두었고, 그 과정에서 6명에게 장기기증을 하며 새 생명을 만들어주었다. 

 이 중대재해가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어제(2일)는 당진 현대제철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쇳물을 만드는 고로 근처에서 불순물 제거 작업을 하던 도중 추락하여 사망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무려 458도나 되는 고로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추락 방지용 울타리나 안전벨트 착용을 위한 생명줄은 존재하지 않았다. 

 2022년이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산업현장에서 벌써 94명의 노동자가 숨을 거두었다. 과연 어느 선진국이 21세기 산업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를 잃는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절대 선진국이 아니다. 이런 식이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필요가 없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하고 우려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의 책임을 CEO한테 돌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현장에 있고 그 현장을 신경 쓰지 않는 본청에 모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는 CEO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본청이 현장의 안전점검을 전부 도맡아 하게 해야 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감시해야 하며 이런 안전관리가 안 됐을 때 선제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제나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약 7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을 회사에 몸 담았다. 운이 좋게 본청에 입사하여 근무하였으며 이 사회생활로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중에 하나는 바로 '안전상식의 생활화'였다.

 조선소에서 근무했었기에 현장에 수 많은 위험 요소가 존재했었고, 선배들은 일보다도 이런 위험 요소에 대한 교육과 산업재해를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더 많이 가르치고 주의를 주었다. 덕분에 전기 작업자였던 나는 작업 시 활선 작업 금지, 1차 전원 차단 후 작업, 노후 설비 보수 관리 같은 작업 내 안전요소와 더불어 고공 작업 시 안전벨트 착용, 모든 현장에서 안전모 착용 등의 현장 안전요소를 모두 익히고 철저히 준수하였다. 덕분에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무사히 퇴사할 수 있었고 이런 안전 상식들은 생활 속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많기에 퇴사 후에도 큰 자산이 되었다.

 내가 받은 수준 정도의 안전교육을 모든 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안전장구를 모두 지급받은 것처럼 필요한 안전장구 또한 모든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한다. 이를 본청에서 신경 쓰지 않는다면 현장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과 일하느냐에 따라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본청보다도 협력회사에서 이런 안전교육들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현장에 필요한 안전장치들(리미트 스위치, 인체 감지 센서, 안전 울타리, 생명줄 등)과 안전장구 또한 투자 규모의 차이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제 있었던 현대제철의 중대재해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상식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뜨거운 고로 바로 앞에서 작업을 하는데 기본 중에 기본인 생명줄이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때문에 앞서 얘기했듯이 현장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현장에 요소요소마다 필요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노동자들에게도 필요한 안전장구가 모두 지급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런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안전에 관한 투자를 본청에서 책임지고 모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것이 되지 않았을 때 본청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때문에 소 잃은 뒤 문책성으로 이뤄지는 식의 현행의 중대재해 법은 필요 없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보수하기 위한 투자와 감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분노를 느끼고 이 것을 연료로 글을 작성한다. 너무나 안타깝고, 제발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시켜서 올바른 방향성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산업현장에서 땀 흘리는 모든 노동자들은 누군가의 부모요,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친구이자 이웃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해로 숨을 거둔 두 분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기사>

 

“올해도 벌써 94명이 일하다 죽었다”··· 산재사망 노동자의 상여 행렬 - 노동과세계

서울 도심 복판에 일하다 죽은 299명의 영정사진과 함께, 끝없이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상여가 등장했다.민주노총이 여천NCC 폭발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중

worknworld.kctu.org

 

아연 녹이는 450도 용기에 빠져‥현대제철 노동자 사망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50대 노동자가 혼자서 작업을 하다가 450도가 넘는 용광로에 빠져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떨어지면 곧바로 숨지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현장엔 방호...

imnews.imbc.com

 

공장서 사고로 숨진 20대 노동자, 장기기증해 6명 새 생명(종합) |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우리 아들 몸은 가지만 새 생명이 같은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했어요."

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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